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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 미친 달의 세계에 온 것을 환영한다! - 월야환담 채월야 (홍정훈 저)



 몇몇 사람들은 판타지, 무협과 같은 환상문학에 대해 거부감을 느낀다. 유치하다고, 수준 낮은 문학이라고 치부한다. 하지만 그것은 현재 양산형 판타지를 쏟아내며 썩을대로 썩어빠진 판타지 출판계가 만들어낸 사고방식이다.

 

 사실상, 한국 판타지계의 초창기. 즉 1세대 판타지라고 불리는 세대에는 그야말로 명작, 대작이라고 불릴만한 판타지 소설들 뿐이었다. 한국 최고의 판타지 소설 이영도의 '드래곤 라자'부터 시작해서, 자료수집에만 몇달을 보낸다는 이우혁의 '퇴마록', 멋진 묘사력과 필력을 지닌 전민희의 '룬의 아이들'까지... 그런 1세대 판타지 소설계의 대부 중 하나가 바로 홍정훈이다.

 

 홍정훈은 처녀작인 '비상하는 매'(필자는 소장 중이다)와 '창세종결자 발틴 사가', '흑랑가인', '13번째 현자', 그리고 최고작 '더 로그'와 곧 소개할 '월야환담 시리즈' 등등 하나같이 기라성과 같은 작품들을 쓴 작가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판타지 작가이기도 하고. 그의 위트있고 탁월한 문체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특히 전투신 묘사로는 한국에서 최고라 칭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그런 홍정훈의 작품 중 필자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 바로 지금 소개할 '월야환담 시리즈'. 채월야(7권 완), 창월야(10권 완), 광월야(1권 출판, 연재 중)의 3부작에 달하는 '월야환담 시리즈'는 현대를 배경으로 인간 사회에서 숨어사는 흡혈귀들과 사냥꾼들의 싸움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지금 3부작 중 1부에 해당하는 '월야환담 채월야'를 소개할까한다.

 

 '월야환담 채월야'의 주인공 한세건은 바이크를 좋아해서 폭주족과 어울리는 고등학생이다. 여느 때와 같이 바이크를 타고 도심을 질주한 뒤 집에 돌아온 세건은, 흡혈귀의 습격으로 난장판이 된 집과 피투성이가 되어 죽어버린 가족들의 시체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그 자신마저 흡혈귀에 손에 죽을 위기에 처하지만, 때마침 들이닥친 '진마사냥꾼' 실베스테르 신부에 의해서 목숨을 구하게 된다.

 

 흡혈귀에 대한 증오와 가족들과 같이 죽지 못한 자신에 대한 자책감에 세건은 흡혈귀 사냥꾼의 길을 걷게 된다. 한마리 야수와 같이 미친 듯이 흡혈귀를 사냥하던 세건은 '미친 달의 세계'의 주민들인 흡혈귀들, 사냥꾼들과 계속해서 접촉과 트러블을 일으키며 그 자신도 더욱 더 거대한 광기에 몸을 던진다.

 

 '월야환담 시리즈'의 특징을 꼽자면, 선과 악의 모호함을 들 수 있다. 흡혈귀사냥꾼들은 돈을 벌기 위해 채혈기로 죽어가는 흡혈귀들의 피를 뽑아낸다. 개중에는 심지어 흡혈귀를 사육하는 악인도 있다. 그에 비해, 오히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흡혈귀들도 있다. 이런 선악의 모순은 주인공 세건도 마찬가지이다. 객관적인 눈길로 봤을 때, 세건은 주인공이면서 선보다는 악에 가까운 모습을 보인다. 흡혈귀에 대한 일방적이고 결벽증과 같은 증오심으로 일말의 자비도 없이 그들을 사냥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 소설 본문 중에 나온 대사 한마디가 생각난다.

 

 "좋은 흡혈귀는 죽은 흡혈귀 뿐이지."

 

 세건이 직접 한 대사는 아니지만, 세건의 생각을 가장 잘 나타내는 대사가 아닐까.

 

 월야환담의 세계는 그야말로 '미친 달의 세계'. 모든 이들이 자신만의 신념과 가치관을 가지고 치열하고 미친 듯이 살아간다. 아무도 서로의 신념을 지적하거나 바꿀 수 없다. 그만큼 광기어린 신념들이 충돌하는 세계인 것이다.

 

 홍정훈은 '월야환담 시리즈'를 통해 물질만능주의와 같은 현대사회의 여러 부조리들을 꼬집는다. 또한 현대 인간사회와 미친 달의 세계의 조화는 대단한 리얼리티를 자랑한다. 국제 의료기업 플렉스 메디칼을 전면에 내세우고 그 뒤에서 세계를 움직이고 흡혈귀들의 존재를 인간세계에 숨기는 거대 흡혈귀 조직 테트라 아낙스. 그들은 흡혈귀의 존재를 숨기기 위해 흡혈귀의 번식을 억제하고, 흡혈귀의 정체를 알게 된 민간인을 사회에서 매장시켜버린다. 그러한 그들의 모습은 마치 우리가 실제로 살아가고 있는 이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비꼬는 것은 아닐까.

 

 처음 '월야환담 채월야'를 펼쳤을 때, 이 책 특유의 삭막하고 어두운 분위기 때문에 거부감을 느낄지도 모른다. 그러나 천천히 읽어가다보면 홍정훈 특유의 위트 있는 유머와 수준 높은 문체, 박진감 넘치는 스토리, 개성적인 캐릭터들의 절묘한 조화 속에서 어느새 미친 달의 세계에 빠져든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자아, 미친 달의 세계에 온 것을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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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Taki | 2008/05/11 18:06 | 책 리뷰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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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츤키 at 2008/05/11 23:35
빌려줘
Commented by J-Taki at 2008/05/12 21:55
비상하는매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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